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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면역계 — 장편 10장 본문
밤 11시 07분.
골목 끝 편의점의 간판 불빛이 림프절처럼 반짝였다. 자동문은 피부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바깥의 소음—사소한 모멸, 끝없는 스크롤, ‘너 때문에’ 선제 사용—이 미세한 먼지처럼 들고났다.
이곳의 설계는 간단했다.
냉장고는 냉각층, 과열된 감정이 식는 곳.
냉동고는 격리구역, 오래된 분노를 안전한 얼음으로 보관.
온장고는 위로실, 따뜻한 어묵 국물로 말끝의 진동을 낮춘다.
천장 카메라는 카메라가 아니라 면역 센서였다. 오늘 골목의 스트레스 수치를 감지하면 카운터의 계산대—면역 로그 편집기—가 자동으로 패치 노트를 준비했다.
알바생은 로컬 어드민 권한을 가진 관리자였다. 명찰 아래 작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주의력 환급 수령처 / 빈 쉼표 재고 보유.”
카운터 옆 고양이가 계산대를 지켰다. 양자 꼬리 하나는 매대, 다른 하나는 출구 옆 가장 조용한 길을 가리켰다. 고양이 SRE.
첫 손님은 강남대로에서 환급받은 7초를 들고 왔다. “물 있나요?”
알바생이 종이컵을 따르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면세 품목 처리. 계산대의 로그가 조용히 찍혔다.
“면세: 물 1, 짧은 고개 1 / 말끝 지연 예약 0.3초.”
영수증 상단에는 오늘의 키워드가 굵게 올라갔다. 원인 / 다음 / 물
1) 면역 지도
매대는 계통도였다. 삼각김밥은 오류 복구 키트, 포카리 스웨트는 캐시 플러시, 위생티슈는 기억 닦개(사용 전 ‘의미 없음’ 도장 필수), 껌은 입술 버퍼.
각 상품의 바코드 아래엔 작은 지표가 있었다. “루머 흡착력 ↓ / 자책 루프 ↓ / ‘너 때문에’ 지연 ↑” 같은 말들이 엷게 인쇄돼 있었다.
도윤과 연두색 우비가 들어왔다. 마포대교의 공명세가 아직 약간 발목에 남아 있어 보였다. 알바생은 그들의 보폭을 한 번 훑어보고, 매대 위 빈 쉼표 단추를 슬쩍 밀어 두 사람 손에 얹어 주었다.
“말끝, 오늘은 0.3초로 시작해 보세요.”
그때 문이 또 열리고, 바깥의 소음이 한 번에 들이닥쳤다.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에서 **‘취소 실패: 수수료 3,300’**이 깜빡였다. 동네 채팅방에는 무료 대환 같은 오짜 링크들이 폭주했고, 가게 앞 휴지통은 잠깐 사소한 모멸로 과열되었다.
알바생이 계산대 밑 바람 키를 돌렸다. 남산에서 내려온 얇은 바람이 매대를 스쳤다.
— 온장고: 1도 상승(어묵 국물)
— 냉장고: 수분 표시 강화(물 코너 조명 ↑)
— 계산대: 대답보다 호흡 문구 자동 점멸
면역계가 작동했다.
2) 사건 — 루머 급성
두 번째 손님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여기 카드 단말기 다운됐죠? 다들 환불 못 받는다던데—”
오짜 스티커 상인이 정확히 그 타이밍에 끼어들었다. 카드 단말기 옆에 **“현금만 가능”**이라는 작은 스티커를 붙였다. 글씨는 진짜 같았고, 불안은 늘 이런 식으로 바짝 앞서 도착했다.
고양이가 계산대에서 뛰어내려 단말기 옆에 앉았다. 양자 꼬리 하나가 스티커를, 다른 하나가 출입문 위 바람 벤트를 가리켰다.
알바생이 키를 한 번 더 돌렸다. 은빛 바람이 단말기를 스치며 스티커를 툭 떼어냈다. 카운터의 로그 편집기가 즉시 도장을 찍었다. 의미 없음(Null).
“단말기 정상입니다.” 알바생의 목소리는 명사로 시작했다. “결제.”
오짜 상인은 어깨를 으쓱하고 물러났다. 바람은 과하지 않게, 그러나 정확했다.
3) 트리아지
편의점의 동선은 병동의 동선과 닮아 있었다. 입구 옆에는 트리아지 테이블이 있었다.
- A코스(냉각): 포카리 → 물 → 천천히 말하기(빈 쉼표)
- B코스(격리): 아이스크림 컵 뚜껑 뒤에 ‘말 보관’ 파우치 → 마포대교 우회 알림
- C코스(위로): 어묵 한 꼬치 → ‘다음’ 스티커 → 짧은 고개
도윤과 우비는 C코스를 택했다. 어묵 국물이 손바닥에 열을 남겼다. 사라지지 않는 사과를 말하는 데 필요한 열. 우비가 말끝을 살짝 늦추었다. 말이 미끄러지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카운터 옆에는 주의력 환급 회수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7초’가 적힌 얇은 코인들이 투명 트레이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코인을 물 1로 바꾸거나, 별 보기 20초 기부로 돌렸다. 기부를 선택하면 영수증 하단에 작은 별이 찍혔다.
4) 면역 로그 편집기
계산대의 프린터가 작게 딸깍거렸다. 영수증은 금액만 찍지 않았다. 오늘 골목의 작은 회복들을 로그로 남겼다.
면역 로그 — 23:28
- fix: ‘현금만 가능’ 오짜 스티커 → 제거(바람 API)
- add: 빈 쉼표 단추 2ea (말끝 지연 0.3초 적용)
- tune: 어묵 국물 온도 +1℃ (위로 레이어 안정화)
- note: 루머 19건 무해화, 자책 루프 과열 3건 → 냉장고 7분 격리
영수증 맨 아래에는 언제나처럼 면세 품목이 떠 있었다. “물 한 모금 / 짧은 고개.”
그리고 작은 주의. “‘너 때문에’ 선제 사용 자동 후순위(24h).”
“환불은 의미만 됩니다.” 알바생이 영수증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실물은 지갑에, 의미는 여기 남고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내내 들어본 리프레인. 환불은 의미. 도시의 합의.
5) 야간 백신
자정 무렵, 냉동고 앞에 작은 테이블이 펼쳐졌다. 야간 백신—말이 길어지려 할 때 붙이는 얇은 스트립. 주황색 한 줄에는 ‘원인.’, 초록색 한 줄에는 *‘다음.’*이 인쇄되어 있었다.
고양이가 테이블에 올라 꼬리를 두 번 흔들었다. 카나리아 굿의 신호. 먼저 한 사람만 붙여 보고, 부작용 없으면 골목 전체에 확장.
첫 접종자는 대여섯 번쯤 ‘왜’로 시작하던 손님이었다. 알바생이 **초록 스트립(다음)**을 그의 셔츠 안쪽 라벨에 붙였다. 10분 뒤, 그의 말이 ‘왜’에서 ‘무엇으로’로 바뀌었다.
— “왜 그랬어?” → “원인.”
— “언제까지야?” → “다음.”
지나치게 길던 문장이 보폭을 찾았다.
6) 장애 — 과다 면역
새벽을 앞두고 작은 사고가 났다. 편의점 와이파이가 도시의 면역 로그와 동기화하는 바람에, 잠깐 과다 면역 반응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말이 지나치게 짧아진 것.
— “물.”
— “다음.”
— “원인.”
모든 문장이 명사만 남자, 감정이 영양실조처럼 말랐다.
고양이가 계산대 위에서 한 번 크게 하품했다. 롤백 신호였다.
알바생이 바람 키를 반 바퀴 돌리자, 온장고의 어묵 국물이 약간 더 깊은 맛을 냈다. 서술어가 돌아왔다.
— “물, 마시자.”
— “다음으로 가자.”
— “원인을 같이 보자.”
면역은 적절해야 한다. 과도한 방어는 또 다른 병이었다.
7) 오늘의 면역 규칙
새벽 1시 02분, 계산대 스크린에 오늘의 세 줄이 찍혔다.
— 오늘의 면역 규칙 —
1) 큰 담론 대신 작은 예의를 캐시한다.
2) 루머는 빨리 반박하지 않고, 빨리 식힌다. (냉장고 7분)
3) 말끝 지연은 치료가 아니라 정리다. (0.1~0.5초 가변)
규칙이 골목으로 퍼졌다. 가게 앞 담배연기가 얇아졌고, 휴대폰 화면 밝기가 한 칸 낮아졌다. 사람들은 서로의 5분을 평가하지 않았다—서울역에서 배운 방침.
알바생이 카운터 밑 서랍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빈 쉼표 리필.
“하나 더 가져가세요. 오늘은 꽤 많은 문장을 잘 접으셨으니까.”
연두색 우비가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도윤은 영수증을 접어 넣으며 말했다. “이 동네, 왜 이렇게 견고하죠?”
알바생이 어깨를 으쓱했다. “면역은 습관이라서요.”
문을 나서자, 간판 불빛이 조용히 낮아졌다. 고양이가 우리를 문밖까지 배웅했다. 양자 꼬리 하나가 골목의 어둠을, 다른 하나가 하늘의 별 보기 20초를 가리켰다. 별은 면세였다.
멀리서 남산의 바람이 한 번 더 불었다. 영수증 하단의 작은 로그가 마지막으로 깜빡였다.
“오늘 당신이 잊으면 곤란한 한 문장: 타인의 갈증을 추측하지 않기.”
우비가 웃었다. “이제 어디로?”
도윤이 주머니 속 빈 쉼표를 만지작거렸다. “구로로 가죠. 저녁마다 떠오르는 코드 연무가 아직 남았어요.”
—
다음 장면, 구로디지털단지의 산업 연가로 이어갈까요? 아니면 잠시 쉬어 2호선 타임루프의 분기점에서 하루를 접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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