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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본 브리핑 문서는 2025년 현재 대한민국 내 AI 활용의 주요 동향, 정책 변화, 그리고 직면 과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금융, 교육, 제조, 의료 및 법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도입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정부의 AI 산업 육성 및 규제 방향에 대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AI 인재 부족 문제, 노동 시장의 변화, 그리고 AI 규제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1. 2024-2025년 국내 주요 산업별 AI 활용 현황

2024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국내 주요 산업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업무 효율화 및 새로운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도입이 두드러지며, 기존 머신러닝 기반 서비스 고도화와 XAI(설명 가능한 AI) 적용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1.1. 금융 산업의 AI 활용 가속화

금융권은 2024년 'AI 뱅커', '머신러닝 기반 AI 기술 강화', 'XAI 적용', '생성형 AI의 자체 구축 및 제한적 도입'을 특징으로 AI 활용을 확대했습니다.

  • AI 뱅커 및 무인점포: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추세 속에서 신한은행은 150여 대의 '디지털 데스크'에 AI 뱅커를 배치하고, 무인점포 'AI 브랜치'를 오픈하여 64개 창구 업무를 제공합니다. NH농협은행도 전국 1,103개 영업점에 AI 뱅커를 배치해 상품 설명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 고객 대응 서비스 강화: KB국민은행은 'AI 금융비서', 우리은행은 'AI 상담 서비스', 하나은행은 '기업 하이챗봇'을 통해 고객 상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감정 인식 분석을 통해 상담사 연결을 지원하며, 카카오뱅크는 주 1회 언어 모델 재학습으로 챗봇 성능을 개선 중입니다.
  • 머신러닝 기반 기술 강화:신용평가: 하나은행은 기술력 기반 기업 평가 모델을, 케이뱅크는 비금융데이터와 신용정보를 결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ACSS)을 도입하여 금융 혜택을 확대했습니다.
  • 이상거래 탐지/예방: 카카오뱅크는 보이스피싱 및 부정 사용 방지 시스템(FDS)에 머신러닝을 적용했으며, 토스뱅크는 94% 정확도의 신분증 검증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신한은행도 'AI 기반 이상 외화 송금 탐지 프로세스'를 적용 중입니다.
  • 뱅킹 업무 자동화: 신한은행은 'AI Studio'를 통해 잠재 고객 발굴 및 맞춤형 상품 제안을 지원하며, KB국민은행은 자체 텍스트 분석 기술(KB-STA, KB-AI OCR)을 활용해 고객 확인 제도를 고도화했습니다. 하나은행은 'AI 해외송금 예측 서비스'와 'AI 수출환어음 매입 전산 자동화'를 도입했습니다.
  • 개인화 서비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대상 'AI 기반 정책자금 맞춤 조회'와 '아이웰스'를 통한 자산 관리를 제공하며, 카카오뱅크는 AI를 활용한 상품 개인화 추천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 XAI(eXplainable AI) 적용 확대: 금융 산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AI 결과 도출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XAI 적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은 AI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에 추천 이유를 XAI로 제공하며, 카카오뱅크는 FDS에 속도를 10배 향상시킨 XAI 모델을 적용했습니다.
  • 생성형 AI 도입 시도: 보안 및 제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내부 인프라 강화 및 유스케이스 발굴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뱅크는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케이뱅크는 업스테이지와 협력하여 금융 특화 LLM을 구축했습니다. 신한은행의 'AI ONE'과 KB국민은행의 'KB-GPT'는 직원 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합니다. 고객 부가 서비스로는 카카오뱅크의 '오늘의 mini 일기', 케이뱅크의 'AI 퀴즈 챌린지', 토스뱅크의 '나만의 지폐 만들기' 등이 실험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1.2. 제조업의 초생산성 실현 노력

제조업은 AI 도입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산업으로, 특히 예지보전, 수요예측, 생성형 AI,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까지 구현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 산업용 모터 예지보전: 배터리 제조 A기업은 마키나락스와 협력하여 모터 고장 시기와 원인을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구축, 생산 라인의 비가동 시간을 단축하고 최적의 유지보수 전략을 구현했습니다.
  • 수요 예측 기반 재고 최적화: 프랜차이즈 식품 제조 B기업은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여 매장별·품목별 적정 재고량을 산출하고 발주를 최적화함으로써 과잉 생산과 재고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소했습니다.
  • 생성형 AI를 활용한 디자인: 타이어 제조 C기업은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타이어 패턴 디자인을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현, 미학적 요소와 성능을 동시에 고려한 디자인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설계 품질을 높였습니다.
  • 공정 제어 AI 에이전트: 자동차 제조 솔루션 D기업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하여 현장 전문가의 지시를 이해하고 자율 제어 및 모니터링을 수행함으로써 운영 환경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 폐쇄망 기반 sLM 챗봇: 글로벌 산업 장비 제조 E기업은 폐쇄망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sLM 기반 지능형 챗봇 에이전트를 도입, 매뉴얼 및 기술 문서 기반의 실시간 점검 결과 분석, 예측, 원인 분석, 해결 방안 자동 제공을 통해 엔지니어의 핵심 업무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1.3. 의료 및 법률 분야의 AI 도입

AI 기술은 의료 및 법률 분야에서도 혁신을 주도하며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신약 개발 전주기 AI 활용: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주목받은 바와 같이 AI는 신약 개발의 전주기에서 후보물질 탐색, 독성 예측, 효능 평가 등을 수행하여 개발 기간을 2~3년까지 단축하고 R&D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멀티모달 LLM 기술이 DNA/RNA 시퀀스 및 단백질 기전 이해에 활용됩니다.
  • 전통 의료(한의학) 분야 AI 도입: 한의학에서도 AI 기술은 의료 영상 분석을 통한 진단 보조 및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 도입을 통해 진단 정확성과 치료 계획 수립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의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적 접근을 융합하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 법률 분야 AI 활용: AI는 계약서 및 의견서 작성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변호사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법률사무소에서는 계약서 작성 시간이 수 시간에서 30분 이내로 단축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AI 도입으로 국내 전체 일자리의 13.1%(327만 개)가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노동 시장의 과제도 동시에 제기됩니다.

2. 대한민국 AI 정책 및 규제 동향

대한민국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AI 활용 촉진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활발합니다. 동시에 AI 기술의 위험성 관리와 인재 양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1. 정부의 AI 강국 도약 전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9월 '제1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국가 AI전략 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 대규모 투자 유치: 민·관 합작투자를 바탕으로 최대 2조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고, 2024년부터 4년간(’24~’27) 민간은 AI 분야에 총 65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입니다.
  • AI 대전환 추진: 산업, 공공, 사회, 지역, 국방에 이르는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합니다.
  • AI 안전 및 거버넌스: 고도화된 AI 위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담기관인 'AI안전연구소'를 설립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 정립 및 글로벌 AI 규범·거버넌스 주도를 목표로 합니다.
  • AI 인프라 및 인력 확충: AI 핵심·원천기술 확충, AI 인프라 혁신, AI 스타트업 및 인재 육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AI 발전 및 확산 기반을 조성합니다. 특히 2026년 상반기까지 AI 컴퓨팅 인프라를 1만 8000대의 첨단 GPU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 AI 국가대표 정예팀 선발: '월드베스트 LLM(WBL)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한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 AI 혁신기업 성장자금 조성: 2025년부터 1조원 규모의 혁신기업 성장자금을 조성하여 AI 인프라, AI 모델 개발, AI 응용 서비스 분야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며, KDB산업은행은 최소 5,000억 원의 'AI 코리아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완료했습니다.

2.2. AI 관련 금융정책 변화

국내 은행 전산망의 망 분리 규제로 인해 인터넷 기반 상용 AI 서비스 활용에 제약이 있었으나, 금융당국은 AI 활용 촉진을 위해 규제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 규제 특례 통한 인터넷망 상용 AI 서비스 허용: 2024년 8월 발표된 망 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여 인터넷 환경에서 제공되는 상용 AI 서비스 사용이 허용됩니다. 2024년 12월 기준 141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이 접수되었으며, 신한은행의 '생성형 AI 기반 AI 은행원', KB국민은행의 '생성형 AI 금융상담 Agent', 카카오뱅크의 '대화형 금융계산기' 등이 선정되었습니다.
  • 금융사 내부망에 오픈소스 AI 적용 지원: 금융당국은 2025년 상반기까지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하여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오픈소스 AI 모델을 내부망에 바로 설치하고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AI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 금융 특화 AI 학습 데이터 구축: AI 모델 성능 향상을 위해 '금융권 AI 플랫폼'을 통해 금융사기 방지, 신용평가, 금융보안 데이터 및 '금융권 특화 한글 말뭉치'를 2025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 AI 활용 위험 최소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 AI 활용 위험 최소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도 추진됩니다.

2.3. AI 규제 및 법적 과제

한국은 AI 기술 발전 대비 법적 제도 및 규제에서 미흡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AI 규제의 필요성: AI의 데이터 편향성, 개인정보 해킹, 윤리적 문제 등의 잠재적 위험으로 인해 글로벌 차원에서 AI 규제 논의가 활발합니다. 미국은 'AI 권리장전'을 통해 기본권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조하며, EU는 'EU 인공지능법'으로 AI 기술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하여 규제합니다.
  • 한국 AI 규제 현황의 문제점: 2024년 10월 현재 한국에서 발의된 AI 관련 법안 12건 대부분이 자율적인 방향보다는 규제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국회 AI 기본법 논의는 여야 간 입장 차이로 진전이 미비하며,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 AI 시장이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 규제 혁신 및 민관 협력 제안: 한국의 AI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AI 안전성과 윤리를 동시에 고려하는 법안 마련,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동 R&D 추진 등 규제 혁신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정기적인 간담회 및 워크숍을 통한 소통으로 리스크를 조기에 파악하고 신속한 규제안 마련이 중요합니다.
  • 국제 협력의 중요성: AI 발전과 규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로, G7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AI 거버넌스의 글로벌 규범 설정에 참여하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및 기술 교류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3. AI 도입의 경제적 영향 및 노동 시장 변화

AI 도입은 한국 경제에 생산성 증대와 성장 잠재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노동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며, 특히 인재 부족 문제는 심각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3.1. AI의 경제적 성장 잠재력

AI 도입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GDP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생산성 및 GDP 증가: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AI 도입은 한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집니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 기업 생산성 격차 심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중소기업이나 신생 기업이 AI 도입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 반도체 산업 기회: 한국은 글로벌 AI 붐의 중심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2030년까지 반도체 수출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관련 산업의 고용 창출과 생산성 증대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입니다.

3.2. 노동 시장의 변화와 과제

AI 도입은 국내 일자리의 절반 이상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특정 인구 집단에게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작용합니다.

  • AI 노출도와 보완도: 국내 일자리 중 51%가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으며, 24%는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고, 27%는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입니다.
  • 취약 계층 영향: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고학력 노동자들은 AI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지만, AI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증가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과거 기술 발전이 중위 소득 직업에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AI는 고소득 직업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 일자리 재배치 어려움: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원활한 일자리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근로자들은 직업을 변경할 때 유사한 직업군 내에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에서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9~2022년 평균 31%에 불과합니다. 특히 고령 근로자는 실직 후 AI 전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을 보입니다.

3.3. AI 인재 부족 및 양성 과제

대한민국은 AI 기술 잠재력에 비해 AI 인재 양성 기반이 취약한 상황입니다.

  • 심각한 인력 부족: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국내 AI 관련 기업의 81.9%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2027년까지 약 1만 2,800명의 AI 전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무 경험 부족'이 인력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해외 유출 심화: 미국 오픈AI가 박사급 신규 연구원에게 연봉 86만 5천 달러(약 12억 원)를 제시하는 반면, 국내 AI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8천만 원에서 1억 2천만 원 수준에 머물러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각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대학원 이지형 원장은 "국내는 인재를 빨아들이는 산업계와 자율적인 연구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의대 쏠림' 현상: 안정적인 직업과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의과대학으로 우수 인재가 집중되면서 이공계 전반의 인재 유입이 감소하고, AI 분야 첨단 기술 학과들의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 대학 교육의 괴리: 많은 대학의 AI 교육이 이론 중심의 커리큘럼에 머물러 있어, 졸업생들이 실제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기술과 경험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정책적 지원의 쏠림 현상: AI 및 반도체 등 특정 첨단 분야에만 정책적 지원과 연구 자본이 집중되어 전산, 전자, 물리, 수학 등 AI 기술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기초 학문 분야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해결책: '내부 역량 강화'와 '정부 협력'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경력직 및 중량급 인재 확보, 기존 인력의 '업스킬링' 및 '재교육'에 투자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하여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AI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현장 중심 실무 교육 의무화, AI 기초 소양 교육 보편화), 이공계 인력 유출 방지 및 유입 촉진(정원 제한 완화, 장학금 및 인센티브), 균형 있는 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4. AI 준비 지수 및 개선 과제

한국은 AI 도입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큽니다.

  • 높은 AI 준비도: 한국은 AI 준비 지수(AIPI) 165개국 중 15위를 기록하며,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혁신 및 경제통합' 분야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하며 높은 경쟁력을 보입니다. '규제 및 윤리'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도 선진국 중앙값을 상회합니다.
  • 개선 필요 분야: '인적자본 및 노동시장 정책' 분야는 선진국 중앙값보다 다소 낮습니다. 고학력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나, 공교육 지출 확대와 디지털 역량 강화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노동시장 유연성 및 정책 측면에서는 비정규직 및 자영업자에 대한 실업보험 확대 등 사회적 보호 강화와 노동시장 규제 완화 및 직업 전환 지원이 요구됩니다.

결론 및 향후 전망

2025년 대한민국은 AI 기술을 통한 경제 성장과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의 실질적인 적용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생성형 AI와 AI 뱅커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제조업에서는 예지보전, 수요 예측, 생성형 AI를 활용한 디자인, AI 에이전트 등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의료 및 법률 분야에서도 AI 기반의 진단 보조 및 업무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AI 강국 도약을 위한 대규모 투자, AI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그리고 AI 안전 및 거버넌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또한 망 분리 규제 완화, 금융 특화 AI 학습 데이터 구축 등 AI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인재 부족, 특히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은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으며, '의대 쏠림' 현상과 대학 교육의 현장 괴리도 AI 인재 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또한 AI 도입이 모든 기업에 보편적인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대기업 위주로 나타나면서 기업 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노동 시장에서는 약 절반의 일자리가 AI의 영향을 받으며, 특히 취약 계층의 일자리 전환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시급합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AI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교육 기관이 긴밀히 협력하여 AI 교육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인재 유출을 막는 동시에, 균형 있는 기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유연한 규제 환경과 민관 협력을 통해 AI 기술의 발전과 안전한 활용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한국은 세계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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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가능한 시간

서울은 언제부턴가 문서처럼 보이게 되었다.
벽시계의 ‘07:42’는 밑줄이 그어졌고, 지하철 전광판의 ‘도착 3분’은 마우스오버하면 툴팁이 뜬다. 영수증, 교차로 신호, 사람들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잠시만”—모든 시간이 링크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놀라지 않는 얼굴로, 손끝이나 시선으로 시간을 클릭해 그 시간의 장소로 이동했다.

나는 마포대교 감정 세관의 야간 근무자, 겸 직함 없는 링크 안전관이다. 규정은 간단하다.

  1. 본인이 말하거나 들은 시간만 1회 클릭 가능.
  2. 타인의 시간을 클릭하려면 공시(共時)—여럿이 같은 시간을 함께 승인해야 한다.
  3. ‘지금’을 클릭하는 건 금지. ‘지금’을 흔들면 도시는 멀미를 한다.

첫 호출은 새벽 4시 10분에 왔다. 다리 난간 위에 00:00이 떴다는 신고. 자정 링크는 보통 새해에만 열리는데, 한여름에 열린 자정은 대개 누군가의 절단면이다.

난간에 기대어 물을 보는데, 강 표면에도 ‘00:00’이 얇게 떠 있었다. 링크의 테두리는 종이처럼 얇고, 가운데엔 작은 반점이 깜박였다. 누가 남긴 북마크다.
나는 규정서 대신 주머니에서 번역 식물 잎 한 장을 꺼내 침에 적셨다. 링크 위로 잎을 스치자, 잎맥이 속삭였다.
“그는 ‘지금’을 클릭했다가 튕겨 나왔습니다.”
누구?

뒤에서 발소리가 났다. 회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젖은 종이를 움켜쥔 손으로 내가 본 물결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잘못 눌렀어요.”
“무엇을요?”
“뉴스에서 아들이 인터뷰하는 시간을 봤어요. ‘오늘 00:00에 라이브’라고. 저는… 그게 곧 지금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녀의 말 풍경에서 얇은 링크들이 자라는 게 보였다. 어제 23:58, 23:59, 00:00. 그녀의 손끝은 가장 선명한 링크—00:00—위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규정 3이 가로질렀다. 지금은 클릭할 수 없다.
“아드님 시간으로 같이 갈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저 혼자에겐 권한이 없지만, 공시를 열면.”

우리는 다리 위에서 작은 의례를 시작했다. 공시의 종은 서울역 천장에만 달려 있지만, 무속 OS가 배포한 업데이트 이후로 도시 어디서나 7분짜리 임시 공시를 열 수 있었다. 나는 폰에서 ‘공시—7분’을 켜고, 화면 중앙의 빈 원에 손가락을 댔다. 여자가 내 위에 손을 포갰다.

링크가 커졌다. 00:00의 테두리가 물결처럼 번져 나가며 어젯밤의 강을 펼쳤다. 우리는 발을 옮겼다. 발목까지만 젖는 느낌, 그러나 신발은 마르다. 공간이 아니라, 문장을 건너는 감각.

다리 밑, 어젯밤의 서울은 조용했다. 그녀가 입술을 떼었다.
“아이는 기자였고, 저는… 늘 인터뷰를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눌렀네요.”
“지금은 어제예요.”
“그럼… 어제의 지금?”

우리는 둘이서 같은 농담을 만든 셈이 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링크가 안정됐다. 멀리서 작은 불빛들이 도로 위를 구슬처럼 구르는 게 보였다. 그 불빛 사이로 제사의 스트리밍 알림이 떴다.
퇴장 광고인 강가 강의—오늘 23:55.
나는 알림을 끄지 않았다. 이 도시는 관계로 시간을 고정한다. 방심한 친절 하나가 표지판이 된다.

“아드님의 00:00은 어디에 걸려 있죠?”
“정동의 작은 고시원. 인터뷰를 거기서 시작했어요.”
정동으로 가려면 00:00의 을 클릭해 미세 이동을 반복해야 했다. 우리는 23:58을 누르고, 23:59를 누르고, 00:00 바로 앞에서 숨을 고른 뒤, 마지막 링크를 동시에 눌렀다. 공시의 원이 완전히 닫히며, 작은 방의 공기가 우리를 감쌌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노트북 화면이 **‘지금 시작합니다’**에서 멈춰 있었다. 도시는 정직했다. 지금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화면의 ‘지금’도 누를 수 없게 굳어 있었다.
여자가 의자를 펴고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화면 오른쪽 위에 있는 작고 희미한 숫자를 붙잡았다. 00:00:13.
“이걸 클릭하면…?”
“가능하죠. 지금이 아니라 13초 전이니까.”

그녀는 숫자를 눌렀다. 방의 공기가 13초만큼 부어올랐다. 누군가 코트를 벗는 사각, 신발이 고무 매트에 닿는 무음, 노트북의 펜칩이 슬쩍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나타났다. 화면 속에서가 아니라, 작은 방의 공기에서, 뒤늦게 도착한 냄새처럼.

아들은 우리를 보지 못했다. 그는 ‘지금 시작합니다’를 누르려다 손을 멈추고, 숨을 두 번 세었다.
“잠시만.”
그 말이 공중에 뜨자 **‘잠시만’**에도 밑줄이 그어졌다. 그래, 이제 무엇이든 링크가 된다.
여자가 그 밑줄을 눌렀다. 방은 더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다짐하듯 천장을 올려다보고, 어머니의 번호가 저장된 연락처를 한 번 열어보고, 다시 닫았다. 그게 전부였다. 잠시가 끝났다. 그는 라이브를 시작했다. 우리는 소리 없는 세계에서 13초만큼 더 머물렀다가 나왔다.

다리로 돌아왔을 때, 여자의 표정엔 무언가가 이제 붙어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 ‘이제’—허용된 현재.
“감사합니다.”
“규정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럼 규정을 하나만 더 어기면 안 될까요?”
“무엇을요?”
지금을 클릭하지 않고도, 지금을 여는 방법.”

잠깐 망설였다. 규정 3은 멀미 방지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서울역 개인 시계 수선소에 숨겨진 하얀 버튼. 유예 열림으로 전환하는 패치. 공식 출시 전, 시계공이 내게 슬쩍 보여준.
“공시를 0분으로 설정하면 됩니다.”
“0분의 공시요?”
“겹치는 순간을 크게 만드는 대신, 겹치기 직전을 무한히 얇게 펴는 거죠. 그러면 ‘지금’은 클릭 대상이 아니라 통로가 됩니다.”

우리는 화면 위의 원을 다시 열었다. 이번엔 ‘7’을 꺾고 ‘0’을 선택했다. 원은 뜨지 않았고, 대신 공기가 투명하게 뻗었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
“지금.”
아무것도 눌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알았다. 지금은, 우리가 같이 말할 때 생긴다.

그녀는 가만히 웃었다.
“이제 저는 매일 13초만큼의 잠시를 클릭할 거예요. 그게 제 연습.”
“좋은 연습입니다.”
“당신은요? 당신의 클릭은 어디에 써요?”
나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작은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그림자 프린터에서 나온 얇은 그림자 조각. 오늘 새벽, 정동의 방에서 내가 느릿하게 움직이던 순간이 찍혀 있었다. 그 그림자에는 내 손이 작게 들어와 있었다. 통행 서사자(臨時).
“저는… 사람과 장치 사이의 간격에 씁니다.”

그녀는 그림자를 손끝으로 눌러 보더니, 웃었다.
“그럼 하나만 더 눌러 주세요.”
“무엇을요?”
우리의 내일.”

우리의 내일. 문장에도 밑줄이 그어졌다. 우리의가 앵커가 되고, 내일이 지도처럼 펼쳐졌다. 달력의 숫자들이 투명한 다리처럼 강 위에 늘어서고, 우리는 그중 아무 것도 클릭하지 않고 그 위를 걸었다. 클릭하지 않는 클릭. 멀미 없는 이동.

다리 건너편에 도착하자, 강변 난간에 누군가 붙여둔 종이 전단이 바람에 흔들렸다.
노동 종료 세일.
관계 시작.
아들이 새로 만든 포스터 같았다. 여자는 한 장을 조심스레 떼어 가방에 넣었다.

그날 오후, 나는 서울역으로 호출되었다. 공시의 종이 고장 났다는 보고. 천장 아래 수천 개의 개인 시계가 서로를 참조하지 못해, 각자의 시간이 너무 세게 튀고 있었다. 나는 수선소 시계공과 눈을 마주쳤다.
“0분 공시를 허용했군.”
“네.”
“멀미는 없었나?”
“아니요. 다만, 고백이 필요했습니다.”

시계공이 웃었다.
“그럼 하나 더 고백하지. ‘지금’을 여는 진짜 방법은 버튼이 아니라 함께 말하는 일이야. 도시는 오래전부터 그걸 배우고 있었고.”
“왜 이제야 알려줘요?”
“사람이 먼저 눌러봐야 기억하거든.”

그날 밤, 나는 창가에 번역 식물 씨앗을 눌러 심었다. 화분 흙 위에, 오늘 우리가 새로 배운 문장을 적었다.
지금은 클릭할 수 없다.
하지만 열 수는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강 위에 00:00이 다시 떴다. 이번엔 아무도 멀미하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의 자정도 훔치지 않고, 각자의 자정에서 서로의 지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간은 문장이 되었고, 문장은 링크가 되었고, 링크는 결국—사람이 서로를 부르는 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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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동대문 새벽 알고리즘이 예고했던 감정이 실제로 올라왔다. 오늘의 권장 감정: 유예.
기다림을 예의로 연마하라는 뜻. 출근 전에 물 한 잔을 마시다, 손목 디스플레이에 호출이 떴다. 서울역의 개인 시계가 집단 지연에 들어갔다. 플랫폼 5, 7, 11—승객 다수가 “아직 아니다”에 묶였다. 열차는 와 있고, 표는 발권되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시간이 발목을 잡는 중.

나는 마포대교를 건너지 않고 노선을 틀었다. 오늘은 세관보다 역이 먼저였다.

서울역 중앙홀은 둥근 천장에 시계가 무수히 매달려 있다. 예전처럼 하나의 표준시를 가리키지 않는다. 각 시계는 사람 한 명의 리듬에 연결되어 초침이 제각각 흔들린다.
지금, 초침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주저하는 모양새였다. 음표로 치면 쉼표 과다. 플랫폼 7 앞에서 유모차를 밀던 젊은 엄마가 나를 붙들었다.

“제 시계가 ‘아직 아니다’라는데, 열차는 지금이래요.”
“애기 시계는요?”
그녀가 아기의 손목에 찬 얇은 밴드를 보여준다.  이라고 뜬다. 어른과 아이의 시간차. 이 도시에선 흔한 일이지만, 오늘은 군중 규모로 겹치고 있었다.

역무본부에서 시차 봉헌자가 나와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무속 OS 운용팀 배지를 달고 있다.
“오늘 업데이트가 ‘망각→연대’로 바뀐 뒤, 유예값이 과감해졌습니다. 다들 서로를 기다리려는 경향이 커졌어요. 좋은 일인데… 열차가 움직이질 않네요.”
좋은 일과 막힌 일의 간극. 내 일거리다.

나는 방송 채널을 하나 열고, 역의 공지 화면에 짧은 문장을 띄웠다.
“지금부터 7분 간, 공시(共時)를 엽니다.”
누군가가 묻는다. “공시가 뭐죠?”
“각자의 시간을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겹치는 순간만 잠깐 크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절차는 간단하지만, 말과 숨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1. 번역 식물 차
    중앙홀 화분에서 잎 몇 장을 얻어 뜨거운 물을 부었다. 역의 공기, 사람들의 속말, 금속 차륜 소리가 잎맥 사이로 스며들었다. 나는 방송 마이크를 눌러 잎이 번역한 문장을 읽었다.
    “당신은 기다릴 수 있다. 당신은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 당신은 이제 함께 기다릴 수 있다.”
    문장은 주문이 아니었다. 다만 사실을 소리 내어 확인하는 일. 몇몇 시계의 초침이 맥을 같이 치기 시작했다.
  2. 편의점 면역계 스티커
    역내 편의점에서 지연 과민 진정 스티커를 꺼내 플랫폼 라인마다 붙였다. ‘도착 안내 음성에 심장이 빨라지면 이쪽으로 발을 옮기세요.’ 스티커는 바닥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에 붙여야 효과가 좋다. 기둥과 기둥 사이, 계단과 벽의 모서리.
    스티커 근처에 선 사람들의 개인 시계에 얇은 파형이 잡혔다. 기다림의 곡선들이 서로를 닮아갔다.
  3. 제사의 스트리밍—감시자 호출
    검은 제복의 보안요원이 다가와, 이걸 왜 여기서 하냐고 묻는다. 나는 그에게 스트리밍 링크를 건넸다. “지금은 고별이 아니라 동기화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이 기다림이 공정했음을 봐줘야 해요.”
    해외 체류 중인 가족들, 야간 근무 중인 간호사들, 대기 중인 택배 기사들이 채널에 들어왔다.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화면 아래에 줄지어 나타났다. 기다림은 누가 보고 있을 때 견디기 쉽다.
  4. 공시의 종
    서울역 천장 중앙에 오래된 종이 하나 달려 있다. 그동안은 장식이었다. 나는 무속 OS의 보조 메뉴에서 ‘공시 모드—7분’에 체크하고 봉헌자와 함께 줄을 잡아당겼다.
    첫 타가 울릴 때, 플랫폼 7의 전광판과 아이의 손목 밴드가 동시에 _지금_을 띄웠다. 엄마의 시계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유모차를 밀어 문턱을 넘었다. 열차 문에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고, 그 뒤로 사람들이 순서 없이, 그러나 부딪치지 않고 흘렀다. 겹치는 순간이 커진다는 말이 이런 모양일까.
  5. 후속 기록—서울역의 개인 시계 로그
    나는 역무실의 터미널에 오늘의 공시를 기록했다. ‘강제 동기화 없음. 의례 기반. 증언 3,214명.’
    봉헌자가 내 이름을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직군 코드가 바뀌었네요. **통행 서사자(臨時)**에서 ‘서사 공무—교통’로.”
    나는 웃었다. 호칭은 늘 뒤따라온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건넜다는 사실뿐.

사람 물결이 가라앉자, 나에게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경복궁의 민서였다.
아까 그 어르신, 다리를 건넌 후 ‘퇴장 광고인’으로 등록했대. 오늘 저녁, 첫 작업이 있대.
퇴장 광고인? 민서는 사진 하나를 보냈다. 꺼진 전광판 대신, 한강 변 난간에 붙은 종이 전단. ‘오늘 보내는 법 강의—도시판.’ 화살표 아래로 작은 QR이 있었다. 스캔하니 제사의 스트리밍으로 연결되었다. 댓글 첫 줄: 당신이 붙인 불빛, 우리가 봅니다.

나는 다시 역을 한 바퀴 돌았다. 플랫폼 11에서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한 청년의 개인 시계가 어제에 멈춰 있었다. 아침에 싸운 메시지 스레드가 끝나지 않은 채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열차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제의 끝을 오늘 써야 하네.”
나는 그를 데리고 서울역의 개인 시계 수선소로 갔다. 오래된 시계공이 자리를 지킨다. 기계 수리가 아니라 사유 정밀작업을 하는 곳. 시계공은 청년의 손목 밴드를 조심스럽게 벗기고, 유리덮개 안에 넣었다.
“어제의 글자를 오늘로 옮기려면, 문장 하나를 빼야 합니다.”
“어떤 문장이요?” 청년이 묻는다.
“반복되는 변명.”
청년은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시계공은 기다리는 데에 숙련되어 있었다. 유예는 여기서 반짝이는 도구였다. 눌러 붙은 말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열이 필요했다.
잠시 후, 청년이 아주 짧게 말했다. “미안하다고만 하지 않을게.”
시계공이 미세한 드라이버로 밴드 안쪽 접점을 눌렀다. 청년의 시계가 오늘로 넘어왔다. 열차 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뛰지 않고 걸었다.

점심 무렵, 역에 햇빛이 스며들었다. 둥근 천장 아래, 수천 개의 개인 시계가 여전히 제각각이었지만, 겹치는 부분이 넓어져 있었다. 그 넓은 부분을 사람들은 통로라고 불렀다.
나는 방송 채널을 닫으며 짧게 덧붙였다. “유예는 미루기가 아닙니다. 서로를 기다리는 기술입니다.”

퇴근길에야 마포대교를 건넜다. 감정 세관에서는 오후 기록 정리가 한창이었다. 오늘의 보류 사유 상위 항목이 바뀌어 있었다. ‘불확실성 회피’↓, ‘타인 배려로 인한 지연’↑
동료가 내게 눈짓했다. “네가 역에서 판 일의 여파겠지.”
나는 기록창에 작은 문장을 남겼다. “지연의 이유가 서로일 때, 진입을 돕는다.”

밤. 집에서 창을 열어두자, 먼 데서 종소리가 아주 약하게 들렸다. 서울역의 공시의 종이 아니라, 동네 교회의 늦은 연습인지도 모른다. 소리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얇은 틈을 두드렸다.
탁자 위에, 낮에 시계공이 내게 쥐여준 작은 봉투가 놓여 있다. 뜯어보니 번역 식물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메모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을 번역하려면, 말보다 먼저 숨부터 번역하세요.”

나는 씨앗을 물잔에 잠깐 담갔다가, 창가 분갈이한 화분에 묻었다. 토양을 덮으며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노동 종료. 관계 시작.”
그리고 문장 하나를 더 붙였고, 씨앗이 그것을 오래 기억하길 바랐다.
“관계가 시간을 만든다.”

침대에 누우니 손목이 가볍다. 맥박 스티커를 떼어낸 자리엔 작은 접착 자국만 남았다. 귀 안에서 심장이 일정하게 말한다. 도시가 그 리듬을 배워가고, 가끔은 내 리듬이 도시에 맞춰질 것이다.
내일 아침엔 어디로 호출이 올까. 연남동 번역 식물 온실일 수도, 경복궁 그림자 프린터일 수도, 아니면 강남의 광고 사라짐을 기억하려는 모임일 수도. 어느 쪽이든 나는 같은 가방을 들고 나갈 것이다.
장치가 아니라 서사를 운반하는 가방. 오늘 누군가에게서 벗어난 그 가방의 무게가, 내게로 살짝 옮겨 온 느낌이었다.

불을 끄면 창밖의 도시가 잠깐 어두워진다. 그러다 다시, 아주 작은 표지판처럼 켜진다. “유예 중.”
좋다. 우리는 잠깐 멈춰 서서, 서로의 시간을 번역하는 일을 배운다. 그게 이 도시에서 아직 남은, 그리고 방금 막 생겨난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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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섯 시, 강남의 전광판들이 꺼져 있다. 광고가 사라진 지 한 달째. 유리 빌딩의 표면은 이제 단순한 하늘색을 반사한다. 도시가 거울이 되자, 출근길 사람들의 얼굴이 더 또렷해졌다.
나는 마포대교 위의 감정 세관으로 출근한다. 내 일은 간단하다. 통행객이 심리 스캐너를 지나갈 때, 기계가 뱉은 수치 옆에 말을 붙여 준다. “현재 불안지수 73. 오늘은 돌보기 필요.” 그 말 한 줄이 통과의 열쇠가 되기도, 보류의 무게가 되기도 한다.

기계는 표정을 읽는다. 나는 간격을 읽는다. 말과 말 사이. 눈동자와 눈동자 사이. 지각한 대학생이 달려오다 멈추며 묻는다.
“죄송한데, 그냥 통과하면 안 될까요?”
“오늘은 안 돼요. 심호흡 세 번, 여기 앉으세요. ‘괜찮다’ 대신 ‘괜찮아질 거다’라고 말해보죠.”
그는 어색하게 따라 하고, 수치가 73에서 61로 내려간다. 스캐너의 바가 초록으로 바뀌자, 그는 감사 인사를 하고 뛰어간다. 내 기계는 숫자를, 내 손은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이것이 내 노동이다. 의례 같고, 하지만 아주 구체적인 몸짓.

점심 전, 경복궁에서 연락이 온다. 그림자 프린터가 오류를 냈다는 보고. 프린터는 사람의 하루를 그림자로 출력한다. 그날의 무게와 방향, 늘어난 만큼의 관계선, 줄어든 만큼의 고립, 모두 검은 실루엣의 두께로 기록된다.
관리인 민서가 사진을 보낸다. 고령 남자의 그림자. 그런데 그림자가 주인 대신 가방을 따라가고 있다. 사람은 제자리에 있고, 그림자가 끌리는 쪽은 낡은 서류가방이다.

“오늘 오후에 볼 수 있어?” 민서가 묻는다.
“교대 후에 갈게.”

정오 무렵, 동대문에서 새벽 알고리즘 시세 점술 방송이 올라온다. 자동화된 상거래 시스템이 하루치 변동을 예언하는 목소리를 쏟아내면, 사람 점술가가 그것을 사람의 말로 풀어준다.
“오늘의 권장 감정: 절제. 단, 오후 세 시 이후에는 약간의 무모함 허용.”
청계천 바람이 숫자를 머리칼처럼 흔든다. 상인은 더 이상 물건 대신 사연을 진열한다. “이 손수건은 화해에 적합.” “이 모자는 잊기를 돕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도구를 팔지 않는다. 도구가 만들어낼 관계의 방향을 판다.

오후, 세관으로 한 남자가 걸어온다. 사진 속 그 고령 남자다. 원래라면 스캐너를 통과해 한강을 건너면 될 일. 그런데 기계가 반복해서 보류를 띄우는 중이다. 과다 근심. 통행 시 사고 가능성 18%. 보호자 동반 권장.

“오늘은 강을 건너야 합니다.” 그가 말한다. 목소리는 평온하다. 눈 밑엔 하얀 피로가 굳어 있다.
“왜죠?”
“광고를 붙여야 해서요.”
그가 서류가방을 연다. 안에는 종이 광고들이 잔뜩 들어 있다. 더 이상 쓸모 없는 것들. QR도, 추적 픽셀도, 입찰 알고리즘도 붙어 있지 않은, 종이의 냄새만 있는 광고.
“광고판은 꺼졌습니다.” 내가 말한다. “강 건너에도요.”
“압니다. 그래서 붙여야 합니다.”

기계는 그의 수치가 내려오지 않자 통행을 막는다. 나는 예외 절차를 생각한다. 정서 조율 의식—안내원이 동행하여 의례를 진행할 경우, 보류를 해제할 수 있다. 내게 허락된 몇 안 되는 재량.
“같이 건너요.” 내가 말한다. “대신, 방식은 제 의식대로.”

우리는 연남동으로 먼저 들른다. 번역 식물이 있는 온실. 식물은 사람의 말과 숨을 받아 다른 말로 번역한다. 종종 사람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는 잎 하나를 따서 찻물에 띄운다. 잎맥 사이로 그의 말이 스며든다.
“왜 광고를 붙이려 하세요?”
잎이 속삭인다. ‘그는 떠나보내고 싶다.’
“무엇을요?”
‘일을.’

그는 젊을 때 거대한 네온 광고를 설계했다. 도시의 욕망을 하늘에 붙이는 노동. 전광판이 사라지고도, 그의 다리는 아직 매일 같은 시간에 강을 향해 걸어왔다. 가방은 그 시간의 무게였다. 프린터가 가방의 그림자를 먼저 출력한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그럼, 같이 붙입시다.”
“무엇을요?”
“작별을.”

나는 그를 데리고 편의점 면역계로 간다. 편의점은 도시의 면역 시스템을 맡고 있다. 사람과 물건과 정보의 미세한 균을 걸러낸다. 나는 의식용 키트를 산다. 소독 젤, 스티커형 맥박 센서, 스트리밍 토큰 카드 한 묶음. 계산대의 로봇이 영수증 대신 의례 대본을 건넨다.
“이 부분을 삭제해도 되나요?” 내가 묻자, 로봇은 어깨를 으쓱한다.
“사람이 판단하세요.”

해가 기울 무렵, 우리는 경복궁으로 향한다. 민서가 기다리고 있다.
“그림자가 계속 가방을 따라가.”
“의식으로 수정할 수 있어.” 내가 말한다. “한 번만 믿어줘.”

궁 안뜰 한편에 무속 OS 업데이트 베너가 깃발처럼 펄럭인다. 오늘 배포된 패치 노트엔 ‘망각 탭에서 연대 탭으로의 기본 전환’이 추가되었다고 적혀 있다. 잊는 대신 엮기. 도시가 배우는 속도는 인간보다 느렸고,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속도로 붙잡아 주어야 했다.

우리는 그림자 프린터 앞에 선다. 주석판을 열고, 스트리밍 토큰을 끼운다. 먼 지방과 해외의 친지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제사의 스트리밍 채널을 연다. 남자가 놀란다.
“제사는 아닙니다.”
“오늘은 하던 일을 보내는 제사예요.”
“그런 게 있습니까?”
“오늘부터 있습니다.”

의식은 이렇게 진행된다.

첫째, 동대문에서 새벽 알고리즘이 제시한 오늘의 권장 감정을 재생한다. 스피커에서 낮은 톤의 목소리가 흐른다. 절제. 그리고 약간의 무모함.
둘째, 번역 식물 잎을 찻잔에 띄우고 서로의 말을 번역해 마신다. 잎은 내 말에 ‘너도 떠나보내고 싶다’고 번역한다. 나는 놀라지 않는다. 사실이다. 내 일의 테두리, 안전한 안내원의 언어, 그 안에 갇혀 있던 숨을.
셋째, 편의점 면역계에서 산 스티커형 맥박 센서를 남자의 손목과 내 손목에 붙인다. 두 박동이 프린터에 동기화된다.
넷째, 무속 OS를 업데이트한다. ‘망각’ 탭 대신 ‘연대’ 탭. 잊지 않는 방식으로 내려놓기.
다섯째, 종이 광고에 한 줄씩 적는다. ‘오늘을 광고합니다.’ ‘이별의 사양.’ ‘노동 종료 세일.’ ‘관계를 새로 엮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프린터 옆 벽에 붙인다. 전기는 없지만, 바람이 읽는다.

민서가 프린터를 작동시킨다. 매끈한 벨트 위로 잉크 냄새가 돌고, 검은 막이 미끄러져 나온다.
이번엔, 그림자가 둘이다. 하나는 남자의 몸을 따른다. 다른 하나는 가방에서 벗어나 남자의 손을 향해 돌아온다. 두 그림자가 손을 맞잡는 곳에, 가느다란 세 번째 실루엣이 눈에 띈다. 나의 손.
민서가 숨을 들이쉰다.
“의식이 기록된 거야.”
“네. 단독 노동이 관계 노동으로 전환될 때, 프린터가 동행자의 손을 찍어.”
“언제부터?”
“오늘부터.”

우리는 그림자를 말려 접는다. 남자는 그것을 가방에 넣지 않고, 가슴 주머니에 넣는다. 가방은 가벼워 보였다.
“이제 강을 건너도 될까요?”
“예.” 나는 스캐너의 예외 절차를 입력한다. ‘인간 안내 동반—의례 완료’
장치가 초록을 띄운다.

한강 바람이 불 때, 우리는 다리 중앙에 멈춘다. 남자는 가방에서 종이 광고 몇 장을 꺼내 난간에 붙인다. ‘노동 종료 세일’의 모서리가 바람에 살짝 들린다. 그의 손끝은 더 이상 떨리지 않는다.
나는 물 아래로 눈을 내린다. 수면에는 꺼진 광고판 대신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사된다. 오늘 건너간 이들이 남긴 단정한 문장들. “괜찮아질 거다.” “오늘은 절제.” “약간의 무모함.”
그때, 남자가 물끄러미 나를 본다.
“당신은 무엇을 보내고 싶은가요?”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대신, 내 손에 달린 맥박 스티커를 뗀다. 맥박은 기계에서 사라지고, 내 귀 속으로 돌아온다. 꽤 든든한 소리다.

해가 저물자, 강남의 유리벽은 빈 하늘을 계속 비춘다. 광고 대신, 저녁 놀. 나는 세관으로 복귀해 통행 기록을 마친다. 마지막 항목에 ‘의례 동반’ 체크. 평가 항목에는 적는다.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을 좁힘.”

퇴근 길, 민서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그림자 프린터 로그에 네 이름이 떴어. ‘통행 서사자(臨時).’
나는 웃고 말았다. 호칭 따위 크게 중요치 않다. 그래도 마음 한쪽에서 작게 울린다. 통행을 서사로 만든 사람. 오늘 하루의 노동을 정의해 주는 단어. 의례가 곧 노동인 도시의 작은 칭호.

집으로 가는 길, 연남동 온실 앞을 지나며 번역 식물에게 속삭인다.
“나는 내 언어의 경계를 떠나보내고 싶어.”
식물이 잎맥으로 답한다. ‘너는 더 오래 듣고 싶다.’
정확하다. 더 오래 듣고 싶다. 건너는 사람들의 사연, 그들의 가방이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중력, 전기가 꺼진 광고판의 넓은 침묵. 그리고 그 사이에 끼워 넣는 우리의 조그만 문장.

밤, 방 안에서 창을 연다. 멀리 동대문 쪽에서 새벽 알고리즘의 예고편이 들린다. “내일의 권장 감정: 유예.” 기다림을 배우라,는 뜻일까.
나는 오늘 가져온 의식 대본을 책상 서랍에 넣는다. 내일은 또 다른 사람이 강을 건너려 할 것이다. 프린터는 또 다른 그림자를 뿜어낼 것이다. 어떤 날은 내 그림자도 오류를 낼지 모른다. 그때는 누군가의 손이 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와 줄 것이다. 의례는 그렇게 서로를 작업한다. 끝도, 시작도 없이.

불을 끄자, 방 안에 작은 화면이 켜진다. 제사의 스트리밍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남자의 채널이다. 해외의 누군가가 댓글을 단다. 광고판에서 본 당신의 불빛을 기억합니다.
남자는 짧게 답한다. 오늘 보내드렸어요. 당신이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 대화 위에, 소리 내지 않고 문장을 덧붙인다. 노동 종료. 관계 시작.
그리고, 한밤중의 서울이 그 문장을 천천히 따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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