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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가능한 시간 본문
클릭 가능한 시간
서울은 언제부턴가 문서처럼 보이게 되었다.
벽시계의 ‘07:42’는 밑줄이 그어졌고, 지하철 전광판의 ‘도착 3분’은 마우스오버하면 툴팁이 뜬다. 영수증, 교차로 신호, 사람들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잠시만”—모든 시간이 링크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놀라지 않는 얼굴로, 손끝이나 시선으로 시간을 클릭해 그 시간의 장소로 이동했다.
나는 마포대교 감정 세관의 야간 근무자, 겸 직함 없는 링크 안전관이다. 규정은 간단하다.
- 본인이 말하거나 들은 시간만 1회 클릭 가능.
- 타인의 시간을 클릭하려면 공시(共時)—여럿이 같은 시간을 함께 승인해야 한다.
- ‘지금’을 클릭하는 건 금지. ‘지금’을 흔들면 도시는 멀미를 한다.
첫 호출은 새벽 4시 10분에 왔다. 다리 난간 위에 00:00이 떴다는 신고. 자정 링크는 보통 새해에만 열리는데, 한여름에 열린 자정은 대개 누군가의 절단면이다.
난간에 기대어 물을 보는데, 강 표면에도 ‘00:00’이 얇게 떠 있었다. 링크의 테두리는 종이처럼 얇고, 가운데엔 작은 반점이 깜박였다. 누가 남긴 북마크다.
나는 규정서 대신 주머니에서 번역 식물 잎 한 장을 꺼내 침에 적셨다. 링크 위로 잎을 스치자, 잎맥이 속삭였다.
“그는 ‘지금’을 클릭했다가 튕겨 나왔습니다.”
누구?
뒤에서 발소리가 났다. 회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젖은 종이를 움켜쥔 손으로 내가 본 물결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잘못 눌렀어요.”
“무엇을요?”
“뉴스에서 아들이 인터뷰하는 시간을 봤어요. ‘오늘 00:00에 라이브’라고. 저는… 그게 곧 지금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녀의 말 풍경에서 얇은 링크들이 자라는 게 보였다. 어제 23:58, 23:59, 00:00. 그녀의 손끝은 가장 선명한 링크—00:00—위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규정 3이 가로질렀다. 지금은 클릭할 수 없다.
“아드님 시간으로 같이 갈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저 혼자에겐 권한이 없지만, 공시를 열면.”
우리는 다리 위에서 작은 의례를 시작했다. 공시의 종은 서울역 천장에만 달려 있지만, 무속 OS가 배포한 업데이트 이후로 도시 어디서나 7분짜리 임시 공시를 열 수 있었다. 나는 폰에서 ‘공시—7분’을 켜고, 화면 중앙의 빈 원에 손가락을 댔다. 여자가 내 위에 손을 포갰다.
링크가 커졌다. 00:00의 테두리가 물결처럼 번져 나가며 어젯밤의 강을 펼쳤다. 우리는 발을 옮겼다. 발목까지만 젖는 느낌, 그러나 신발은 마르다. 공간이 아니라, 문장을 건너는 감각.
다리 밑, 어젯밤의 서울은 조용했다. 그녀가 입술을 떼었다.
“아이는 기자였고, 저는… 늘 인터뷰를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눌렀네요.”
“지금은 어제예요.”
“그럼… 어제의 지금?”
우리는 둘이서 같은 농담을 만든 셈이 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링크가 안정됐다. 멀리서 작은 불빛들이 도로 위를 구슬처럼 구르는 게 보였다. 그 불빛 사이로 제사의 스트리밍 알림이 떴다.
퇴장 광고인 강가 강의—오늘 23:55.
나는 알림을 끄지 않았다. 이 도시는 관계로 시간을 고정한다. 방심한 친절 하나가 표지판이 된다.
“아드님의 00:00은 어디에 걸려 있죠?”
“정동의 작은 고시원. 인터뷰를 거기서 시작했어요.”
정동으로 가려면 00:00의 분을 클릭해 미세 이동을 반복해야 했다. 우리는 23:58을 누르고, 23:59를 누르고, 00:00 바로 앞에서 숨을 고른 뒤, 마지막 링크를 동시에 눌렀다. 공시의 원이 완전히 닫히며, 작은 방의 공기가 우리를 감쌌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노트북 화면이 **‘지금 시작합니다’**에서 멈춰 있었다. 도시는 정직했다. 지금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화면의 ‘지금’도 누를 수 없게 굳어 있었다.
여자가 의자를 펴고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화면 오른쪽 위에 있는 작고 희미한 숫자를 붙잡았다. 00:00:13.
“이걸 클릭하면…?”
“가능하죠. 지금이 아니라 13초 전이니까.”
그녀는 숫자를 눌렀다. 방의 공기가 13초만큼 부어올랐다. 누군가 코트를 벗는 사각, 신발이 고무 매트에 닿는 무음, 노트북의 펜칩이 슬쩍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나타났다. 화면 속에서가 아니라, 작은 방의 공기에서, 뒤늦게 도착한 냄새처럼.
아들은 우리를 보지 못했다. 그는 ‘지금 시작합니다’를 누르려다 손을 멈추고, 숨을 두 번 세었다.
“잠시만.”
그 말이 공중에 뜨자 **‘잠시만’**에도 밑줄이 그어졌다. 그래, 이제 무엇이든 링크가 된다.
여자가 그 밑줄을 눌렀다. 방은 더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다짐하듯 천장을 올려다보고, 어머니의 번호가 저장된 연락처를 한 번 열어보고, 다시 닫았다. 그게 전부였다. 잠시가 끝났다. 그는 라이브를 시작했다. 우리는 소리 없는 세계에서 13초만큼 더 머물렀다가 나왔다.
다리로 돌아왔을 때, 여자의 표정엔 무언가가 이제 붙어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 ‘이제’—허용된 현재.
“감사합니다.”
“규정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럼 규정을 하나만 더 어기면 안 될까요?”
“무엇을요?”
“지금을 클릭하지 않고도, 지금을 여는 방법.”
잠깐 망설였다. 규정 3은 멀미 방지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서울역 개인 시계 수선소에 숨겨진 하얀 버튼. 유예를 열림으로 전환하는 패치. 공식 출시 전, 시계공이 내게 슬쩍 보여준.
“공시를 0분으로 설정하면 됩니다.”
“0분의 공시요?”
“겹치는 순간을 크게 만드는 대신, 겹치기 직전을 무한히 얇게 펴는 거죠. 그러면 ‘지금’은 클릭 대상이 아니라 통로가 됩니다.”
우리는 화면 위의 원을 다시 열었다. 이번엔 ‘7’을 꺾고 ‘0’을 선택했다. 원은 뜨지 않았고, 대신 공기가 투명하게 뻗었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
“지금.”
아무것도 눌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알았다. 지금은, 우리가 같이 말할 때 생긴다.
그녀는 가만히 웃었다.
“이제 저는 매일 13초만큼의 잠시를 클릭할 거예요. 그게 제 연습.”
“좋은 연습입니다.”
“당신은요? 당신의 클릭은 어디에 써요?”
나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작은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그림자 프린터에서 나온 얇은 그림자 조각. 오늘 새벽, 정동의 방에서 내가 느릿하게 움직이던 순간이 찍혀 있었다. 그 그림자에는 내 손이 작게 들어와 있었다. 통행 서사자(臨時).
“저는… 사람과 장치 사이의 간격에 씁니다.”
그녀는 그림자를 손끝으로 눌러 보더니, 웃었다.
“그럼 하나만 더 눌러 주세요.”
“무엇을요?”
“우리의 내일.”
우리의 내일. 문장에도 밑줄이 그어졌다. 우리의가 앵커가 되고, 내일이 지도처럼 펼쳐졌다. 달력의 숫자들이 투명한 다리처럼 강 위에 늘어서고, 우리는 그중 아무 것도 클릭하지 않고 그 위를 걸었다. 클릭하지 않는 클릭. 멀미 없는 이동.
다리 건너편에 도착하자, 강변 난간에 누군가 붙여둔 종이 전단이 바람에 흔들렸다.
노동 종료 세일.
관계 시작.
아들이 새로 만든 포스터 같았다. 여자는 한 장을 조심스레 떼어 가방에 넣었다.
그날 오후, 나는 서울역으로 호출되었다. 공시의 종이 고장 났다는 보고. 천장 아래 수천 개의 개인 시계가 서로를 참조하지 못해, 각자의 시간이 너무 세게 튀고 있었다. 나는 수선소 시계공과 눈을 마주쳤다.
“0분 공시를 허용했군.”
“네.”
“멀미는 없었나?”
“아니요. 다만, 고백이 필요했습니다.”
시계공이 웃었다.
“그럼 하나 더 고백하지. ‘지금’을 여는 진짜 방법은 버튼이 아니라 함께 말하는 일이야. 도시는 오래전부터 그걸 배우고 있었고.”
“왜 이제야 알려줘요?”
“사람이 먼저 눌러봐야 기억하거든.”
그날 밤, 나는 창가에 번역 식물 씨앗을 눌러 심었다. 화분 흙 위에, 오늘 우리가 새로 배운 문장을 적었다.
지금은 클릭할 수 없다.
하지만 열 수는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강 위에 00:00이 다시 떴다. 이번엔 아무도 멀미하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의 자정도 훔치지 않고, 각자의 자정에서 서로의 지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간은 문장이 되었고, 문장은 링크가 되었고, 링크는 결국—사람이 서로를 부르는 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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